내년 균형재정 달성‥경제활성화 위해 이차보전방식 도입 보육 일자리 대학생지원 등에 초점‥1인당 세부담 550만원 올해 3.3%-내년 4.0% 기존 성장률 전망치 유지
보육과 일자리, 대학생 지원 등에 중점을 둔 내년 나라살림은 올해보다 17조1000억원(5.3%) 증가한 342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당초 계획보다 다소 확대했지만 재정균형을 달성한다는 당초 계획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돈을 빌려주기(재정융자)보다 민간의 풍부한 자금을 활용하고 정부가 이자만 갚아주는 방식(이차보전)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서 영유아 양육수당을 소득하위 70%로 확대하고 재정지원 일자리와 대학생 국가 장학금 예산을 증액하면서 복지 지출은 사실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또 내년 예산 편성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3%와 4.0%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재정부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하는 '경제활력, 민생안정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 내년 예산안 342조…이차보전 감안한 복지예산 100조 돌파
'2013년 예산안'을 보면 총지출은 올해보다 5.3% 증가한 342조5000억원이다. 증가율은 2011~2015년 계획(5.1%)보다 약간 확대됐다. 이차보전 방식으로 돌린 재정융자지출 6조7000억원까지 합칠 경우 총지출은 349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재정부는 "이차보전으로 실제 총지출 증가율이 2%포인트 확대(5.3%→7.3%)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총지출 항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건ㆍ복지ㆍ노동 이른바 '복지 예산'은 97조1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4.8%) 늘었다. 복지예산 증가율은 표면적으론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밑돌지만 이차보전으로 내년 예산안 지출 항목에서 빠지게 된 주택구입자금 융자(5조5000억원)를 더하면 실제 지출은 지난해보다 10.8% 늘어난 102조6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사실상 '복지 지출 10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차보전 감안 시 총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 역시 29.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복지 예산에서 일자리 예산은 총 10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000억원(8.6%) 증가했다. 교육 예산은 49조1000억원으로 3조6000억원(7.9%) 늘었다. 교육 예산 증가율은 올해 10.3%에서 내년 한 자릿수로 둔화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경상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교부금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교부금 (41조원)을 제외할 경우 교육 예산은 지난해보다 14.3% 증가한 8조1000억원으로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국방 예산은 34조6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5.1%) 늘었다. 국방 지출 증가율은 올해(5.0%)와 비슷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3조9000억원으로 8000억원(3.6%) 증가했다. 이 밖에 농림수산식품, 연구개발(R&D), 문화체육관광, 외교통일 등의 예산 증가율은 올해보다 모두 둔화했다.
예산안의 주요 사업을 보면 재정지원 직접일자리를 올해보다 2만5000개 늘리고, 실업급여를 65세 이상(4만명)과 영세 자영업자(3만5000명)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70%는 정부로부터 양육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에 뇌수막염이 추가됐다. 소득 7분위 이하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국가장학금이 5000억원 증액된다. 사병 월급은 현재 9만8000원에서 내년 11만2000원으로 늘어난다. 성폭력 근절 예산은 4055억원으로 올해보다 54% 증액된다.
◆ 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0.0%→-0.3%로 하향..균형재정 달성
정부는 재정여력을 확보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균형재정 기조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균형재정 목표치는 다소 느슨하게 조정했다. 재정부가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총지출 증가율은 4.6%로 잡았다.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총수입 증가율(6.3%)보다 1.7%포인트 낮게 잡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 재정수지는 당초 2011~2015년 계획에서 내년에 균형인 '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엔 ‘-0.3%’로 약간 하향조정됐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0.3% 정도면 국제적으로 균형재정 범위로 본다"고 말했다. 또 "-0.3%는 총지출을 늘려서 경제활력을 회복하는 것과 균형재정 사이의 절묘한 조합점"이라며 "여기에 더해 재정융자를 이차보전으로 바꾼 것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DP 대비 관리 재정수지는 2014년 0.1%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4%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재정수지 개선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2015년엔 29.9%를 기록, 3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재정부는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치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 2014년 4.3%, 2015~2016년 4.5%로 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올해보다는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 내년 1인당 세부담 550만원..올해보다 32만원 증가
내년에 정부가 거둬들일 국세는 216조4000억원으로 올해 세수 전망치 203조3000억원 대비 6.44% 늘어난다. 내년 지방세는 60조원으로 올해 56조원보다 4조원 증가한다.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전체 세금은 276조4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 세부담액은 550만원이다. 이는 올해 518만원에서 32만원 늘어난 것이다.
내년 세외 수입은 올해 전망(28조원)보다 약 9조원 증가한 37조원으로 전망했다. 김동연 차관은 "여기엔 올해 세외수입 예산에도 포함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지분과 함께 4000억원 규모의 인천공항 매각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외수입 목표가 달성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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