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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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
박해성 (phs@kha.or.kr) | 입력일 : 2007-04-23 08:51:55
을지대 병원경영학과 김영훈 교수
I. 좋은 시스템과 좋은 병원의 의미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이란 무엇일까? 병원에 근무를 하여보았거나, 병원을 한 두번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닐 것으로, 생각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의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에 대한 소개도 다분히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병원을 이용한 환자의 소리에 기초를 두고, 병원행정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해 온 사람들이 비교적 공통적으로 느끼는 내용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먼저 좋은 시스템이란 “환자사랑 × 환자감동 × 환자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하 에 고안된 것으로서, 병원 내에서 정형화된 방식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가 있고, 그 정형화된 일을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배치되어 있음을 뜻한다. 즉, 시스템을 “제도와 사람의 合”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병원이란, 질적으로 우수한 접객태도와 함께, 위에서 언급한 제도와 사람이 일체 되어 환자의 요구에 따르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병원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환자가 지니고 있는 객관적인 요청사항인 요구와 주관적인 요청사항인 욕구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가는 병원을 뜻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이하 좋은 시스템과 좋은 병원의 모습에 대하여 소개한다.
II.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의 모습
1. 환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의료는 의외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형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사람은 눈으로 확인하려는 속성이 있고, 눈으로 확인될 때 믿음의 기초를 쌓게 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의료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를 눈에 잘 보이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 형광등의 불빛에 의존하여 방사선 필름을 비추어 설명하던 의사의 모습을 연상해 보라. 그 불빛에 비추어진 자신의 내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의사를 신뢰하여 왔다. 그러나 현대는 과거의 수준 정도로 좋은 병원이라 평가받기 어렵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좋은 병원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 시대의 좋은 병원은 의사의 움직임과 환자의 위치에 따라 언제 어디서고 눈으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즉,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언제 어디서든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흔히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라는 것이 그런 예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유비커터스(ubiquitous)환경을 구축한 병원이 이에 해당된다.
2. 공정성을 지켜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병원이나 의료에 대한 정보나 전문성이 없고, 병원을 이용하며 불만이 생기는 경우에도 병원이나 의사를 자극할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의 전문성 취약성과 함께 비신뢰성 이나 비공정성을 쉽게 느끼게 되고, 의료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공정성을 기준으로 한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 예약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진료순서를 준수하지 않는다거나, 진료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의 결과는 한 마디로 나쁜 병원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병원에 대한 신뢰의 끈을 쉽게 끊어지게 되며, 나쁜 병원이라는 경험적 이미지의 지배하에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에게 편리함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한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3. 환자 안전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병원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청결ㆍ위생ㆍ안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환자가 청결ㆍ위생ㆍ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병원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은 곧 나쁜 병원의 표상이 되고 만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의료적인 측면에서 병원감염을 예방할 수 있어야하고 수혈 오류와 투약 오류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철저히 질 관리를 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비의료적 측면에서도 가정보다 위생적인 청결시스템과 화재나 위험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도난이나 위해식품으로 부터도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4.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장, 주소, 질병명, 진료행위 및 검사, 투약의 내용 등 모든 개인 진료정보가 컴퓨터에 저장 되어 있는 것이 현대의 병원이다. 법적으로는 10년간 보관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진료의 목적상 10년 이상 환자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가지고 있는 병원도 있다. 그렇다보니 환자의 동의 없이도 환자의 개인정보가 주치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환자의 계속적인 치료나 다른 의료인에게 적당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진료의 목적이외에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우리사회는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병원은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이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시설로 보인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가 더 많이 아프고 응급하느냐가 모든 우선순위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조직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다만, 진료의 우선순위가 아닌 의료이용의 측면에서는 다소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환자 전용의 접수ㆍ수납창구를 개설하고 노인환자 전용의 엘리베이터와 노인용 주차공간을 별도로 갖추고 노인환자만의 휴게시설 등을 마련해 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노인입원환자를 위하여 특별한 급식서비스를 하고 노인환자에게 맞는 특수 병상과 병실도우미를 배치한다거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노인환자를 특별히 예우하여 간호하는 등도 좋은 병원의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무엇인가 노인을 존중하고 노인을 특별히 보장해 주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사회적으로 좋은 병원의 모습이다.
6. 알기 쉽게 병원시설을 안내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는, 환자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가고자 하는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활동을 하며, 어떤 건물에서도 길 찾기에 대해 어려움을 경험해 보지 않은 환자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방향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병원내에 안내 사인물이 천장에도 붙어있고 벽면에도 붙어 있고 바닥에도 쓰여져 있다고는 하나, 환자가 스스로 찾고자 하는 “위치와 방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못한 사인물 안내시스템이라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환자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장식에 불과하고, 좋은 병원으로서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병원이다. 안내 사인물을 보면서도 병원 직원에게 물어보야야만 알 수 있다거나, 이해되지 않는 픽토그램이 즐비한 장식용 안내 시스템은 나쁜 시스템의 모습이다. 즉, 좋은 병원이란 복잡한 미로 속에서도 환자가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길 안내를 잘 해주는 사인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다.
7. 주차장을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가구당 1대 이상의 개인 차량을 가지고 있으며, 병원을 이용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로서는 병원을 이용하는데 또 다른 불편을 하나 더 겪어야 하는 입장에 노출되기도 한다. 주차장 이용의 불편이 그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환자나 보호자가 주차장을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입차의 용이성, 주차장 실내의 적절한 밝기, 바닥 미끄러움의 방지, 차량별 주차공간의 여유, 주차 경계의 방지턱 설치, 병원시설내로의 진입용이성, 주차장내의 방향성, 주차장소의 식별용이, 출차 대기시간의 단축 및 주차 정산의 편리성들을 갖춘 주차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의 기본 조건이다.
8. 환자의 소리에 예의 있는 반응능력을 갖춘 시스템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의 생명력은 환자가 느끼는 가치에 의해 좌우된다. 그 가치는 잡는 것도 아니고 잡히는 것도 아니며, 그저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자의 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환자의 소리를 듣고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고객의 소리함, 건의함, 인터넷 게시판의 운영, 환자 모니터링제, 핫 라인시스템 등이 그 예가 된다. 주기적인 설문조사로 환자의 생각을 읽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시스템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기도 하며, 병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음은 물론, 병원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위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환자는 그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소리를 듣되 반응이 없거나, 그 반응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병원입장만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하고, 반응시스템 운영의 전문성과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에 대한 반응시스템의 도입과 운영이 질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즉, 좋은 병원은 환자의 소리를 듣기도 잘하고, 그 소리에 예의 있게 반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9. 환자를 위해 피라미드의 속성을 붕괴한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은 신속성을 우선으로 하는 조직이다.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해도 “신속성”이 떨어지면 좋은 시스템의 조건에서 벗어나게 된다. 순간 순간에 대한 신속한 반응이 아니면 반응의 의미가 상실되는 곳이 병원이다. 현장에서 반응을 보여야 할 직원이 윗 사람의 눈치를 보며 윗 사람이 결정을 해 줄때까지 머뭇거리게 된다면, 좋은 병원이 될 수 없다. 이런 경우 환자는 샌드위치와 같이 어딘가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인내의 끝에서 “당장 병원장 나오라고 해!”라는 한마디로 그 상황을 종료시켜버리게 된다. 그 뒤의 반응은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변명에 불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를 위해 피라미드형 의사소통 경로를 붕괴한 시스템을 갖추고, 환자와 만나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스피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반응의 타임을 사후에 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이다. 입원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올라온 환자에게 입원수속과정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welcome call), 퇴원이 예정된 환자에게 병실에 머무는 동안 불편사항은 없었는지(happy call) 혹은 퇴원한 환자에게 건강상태의 유지정도를 확인하며 제안사항을 여쭌다든지(thank you call) 하는 것은 반응의 시점이 다소 뒤에 있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좋은 시스템은 과정(in)서비스는 물론 사후(after)서비스에서도 우수한 시스템을 말한다.
10. 지루함과 만성적 기다림을 달래주는 교육과 문화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통증을 동반하게 되고, 통증이 완화되어 갈 무렵, 지루함이나 일 없이 의사나 간호사를 기다리는 시간속에 무료함을 느끼기 쉽다. 병원을 이용하는 주 목적이 건강회복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느끼고 겪어야 하는 불편이다. 그러다 보니 건강의 회복과 함께 환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환자를 위한 교육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환자의 기본생활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이 그 예가 된다. 진료시간이외에 쉽게 건강상식이나 의료상식을 접할 수 있는 환자나 보호자용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고, 자기 질환에 대한 전문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고 좋은 병원의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경험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반 편의시설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도 좋은 병원의 이미지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 편의시설이 병원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에 제한을 겪는 환자를 역이용하는 시스템이라면 이는 당연히 나쁜 병원이 된다.
이 밖에 문화이벤트를 제공하는 것도 편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된다. 음악회 개최, 환자를 위한 영화 상영, 그림 전시회 등이 그 예이다. 특히, 문화이벤트가 환자와 함께 병원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좋은 병원의 모습이 된다. 의사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간호사로 구성된 합창단, 환자와 함께 그리는 그림 등과 같은 활동은 병원에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어주는 좋은 시스템이다.
III. 맺음
이상 좋은 시스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 두가지의 시스템이 좋다고 해서 좋은 병원이 될 수는 없다. 10개중 1개가 나빠도 나쁜 평가를 받기 쉬운 조직이 바로 병원이다. 더욱이 개별적인 각각의 시스템은 우수한데 전체를 합하여 보면 나쁜 병원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하여 시스템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시스템ㆍ좋은 병원은 부서나 직종ㆍ지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전사적으로 참여 할 때 이룰 수 있는 과제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박해성 (phs@kha.or.kr) | 입력일 : 2007-04-23 08:51:55
을지대 병원경영학과 김영훈 교수
I. 좋은 시스템과 좋은 병원의 의미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이란 무엇일까? 병원에 근무를 하여보았거나, 병원을 한 두번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닐 것으로, 생각과 경험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의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에 대한 소개도 다분히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병원을 이용한 환자의 소리에 기초를 두고, 병원행정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해 온 사람들이 비교적 공통적으로 느끼는 내용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먼저 좋은 시스템이란 “환자사랑 × 환자감동 × 환자행복”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하 에 고안된 것으로서, 병원 내에서 정형화된 방식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제도가 있고, 그 정형화된 일을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배치되어 있음을 뜻한다. 즉, 시스템을 “제도와 사람의 合”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병원이란, 질적으로 우수한 접객태도와 함께, 위에서 언급한 제도와 사람이 일체 되어 환자의 요구에 따르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는 병원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환자가 지니고 있는 객관적인 요청사항인 요구와 주관적인 요청사항인 욕구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가는 병원을 뜻한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이하 좋은 시스템과 좋은 병원의 모습에 대하여 소개한다.
II. 좋은 시스템, 좋은 병원의 모습
1. 환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의료는 의외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무형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사람은 눈으로 확인하려는 속성이 있고, 눈으로 확인될 때 믿음의 기초를 쌓게 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의료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를 눈에 잘 보이도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 형광등의 불빛에 의존하여 방사선 필름을 비추어 설명하던 의사의 모습을 연상해 보라. 그 불빛에 비추어진 자신의 내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의사를 신뢰하여 왔다. 그러나 현대는 과거의 수준 정도로 좋은 병원이라 평가받기 어렵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좋은 병원의 모습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 시대의 좋은 병원은 의사의 움직임과 환자의 위치에 따라 언제 어디서고 눈으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즉, 환자가 요구하는 대로 언제 어디서든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흔히 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라는 것이 그런 예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유비커터스(ubiquitous)환경을 구축한 병원이 이에 해당된다.
2. 공정성을 지켜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는 병원이나 의료에 대한 정보나 전문성이 없고, 병원을 이용하며 불만이 생기는 경우에도 병원이나 의사를 자극할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의 전문성 취약성과 함께 비신뢰성 이나 비공정성을 쉽게 느끼게 되고, 의료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공정성을 기준으로 한 “좋다 나쁘다”는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 예약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진료순서를 준수하지 않는다거나, 진료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의 결과는 한 마디로 나쁜 병원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로 병원에 대한 신뢰의 끈을 쉽게 끊어지게 되며, 나쁜 병원이라는 경험적 이미지의 지배하에 또 다른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에게 편리함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고 공정한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다.
3. 환자 안전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병원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청결ㆍ위생ㆍ안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 환자가 청결ㆍ위생ㆍ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병원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은 곧 나쁜 병원의 표상이 되고 만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의료적인 측면에서 병원감염을 예방할 수 있어야하고 수혈 오류와 투약 오류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철저히 질 관리를 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비의료적 측면에서도 가정보다 위생적인 청결시스템과 화재나 위험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도난이나 위해식품으로 부터도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4.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환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직장, 주소, 질병명, 진료행위 및 검사, 투약의 내용 등 모든 개인 진료정보가 컴퓨터에 저장 되어 있는 것이 현대의 병원이다. 법적으로는 10년간 보관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진료의 목적상 10년 이상 환자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가지고 있는 병원도 있다. 그렇다보니 환자의 동의 없이도 환자의 개인정보가 주치의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환자의 계속적인 치료나 다른 의료인에게 적당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진료의 목적이외에 개인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우리사회는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병원은 어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이 크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시설로 보인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가 더 많이 아프고 응급하느냐가 모든 우선순위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조직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다만, 진료의 우선순위가 아닌 의료이용의 측면에서는 다소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환자 전용의 접수ㆍ수납창구를 개설하고 노인환자 전용의 엘리베이터와 노인용 주차공간을 별도로 갖추고 노인환자만의 휴게시설 등을 마련해 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노인입원환자를 위하여 특별한 급식서비스를 하고 노인환자에게 맞는 특수 병상과 병실도우미를 배치한다거나, 독신으로 살아가는 노인환자를 특별히 예우하여 간호하는 등도 좋은 병원의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무엇인가 노인을 존중하고 노인을 특별히 보장해 주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 사회적으로 좋은 병원의 모습이다.
6. 알기 쉽게 병원시설을 안내해 주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는, 환자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가고자 하는 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활동을 하며, 어떤 건물에서도 길 찾기에 대해 어려움을 경험해 보지 않은 환자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방향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경우가 흔하다. 물론 병원내에 안내 사인물이 천장에도 붙어있고 벽면에도 붙어 있고 바닥에도 쓰여져 있다고는 하나, 환자가 스스로 찾고자 하는 “위치와 방향”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준비되지 못한 사인물 안내시스템이라면 그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환자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장식에 불과하고, 좋은 병원으로서의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병원이다. 안내 사인물을 보면서도 병원 직원에게 물어보야야만 알 수 있다거나, 이해되지 않는 픽토그램이 즐비한 장식용 안내 시스템은 나쁜 시스템의 모습이다. 즉, 좋은 병원이란 복잡한 미로 속에서도 환자가 원하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길 안내를 잘 해주는 사인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병원이다.
7. 주차장을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가구당 1대 이상의 개인 차량을 가지고 있으며, 병원을 이용하는 주요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로서는 병원을 이용하는데 또 다른 불편을 하나 더 겪어야 하는 입장에 노출되기도 한다. 주차장 이용의 불편이 그것이다. 때문에 좋은 병원은 환자나 보호자가 주차장을 이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입차의 용이성, 주차장 실내의 적절한 밝기, 바닥 미끄러움의 방지, 차량별 주차공간의 여유, 주차 경계의 방지턱 설치, 병원시설내로의 진입용이성, 주차장내의 방향성, 주차장소의 식별용이, 출차 대기시간의 단축 및 주차 정산의 편리성들을 갖춘 주차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의 기본 조건이다.
8. 환자의 소리에 예의 있는 반응능력을 갖춘 시스템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의 생명력은 환자가 느끼는 가치에 의해 좌우된다. 그 가치는 잡는 것도 아니고 잡히는 것도 아니며, 그저 반응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환자의 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환자의 소리를 듣고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고객의 소리함, 건의함, 인터넷 게시판의 운영, 환자 모니터링제, 핫 라인시스템 등이 그 예가 된다. 주기적인 설문조사로 환자의 생각을 읽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다. 이런 시스템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기도 하며, 병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음은 물론, 병원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위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환자는 그 시스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한마디로 소리를 듣되 반응이 없거나, 그 반응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병원입장만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관심과 의지가 부족하고, 반응시스템 운영의 전문성과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에 대한 반응시스템의 도입과 운영이 질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즉, 좋은 병원은 환자의 소리를 듣기도 잘하고, 그 소리에 예의 있게 반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9. 환자를 위해 피라미드의 속성을 붕괴한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병원은 신속성을 우선으로 하는 조직이다. 아무리 질적으로 우수해도 “신속성”이 떨어지면 좋은 시스템의 조건에서 벗어나게 된다. 순간 순간에 대한 신속한 반응이 아니면 반응의 의미가 상실되는 곳이 병원이다. 현장에서 반응을 보여야 할 직원이 윗 사람의 눈치를 보며 윗 사람이 결정을 해 줄때까지 머뭇거리게 된다면, 좋은 병원이 될 수 없다. 이런 경우 환자는 샌드위치와 같이 어딘가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인내의 끝에서 “당장 병원장 나오라고 해!”라는 한마디로 그 상황을 종료시켜버리게 된다. 그 뒤의 반응은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변명에 불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좋은 병원이라면, 환자를 위해 피라미드형 의사소통 경로를 붕괴한 시스템을 갖추고, 환자와 만나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스피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반응의 타임을 사후에 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이다. 입원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올라온 환자에게 입원수속과정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welcome call), 퇴원이 예정된 환자에게 병실에 머무는 동안 불편사항은 없었는지(happy call) 혹은 퇴원한 환자에게 건강상태의 유지정도를 확인하며 제안사항을 여쭌다든지(thank you call) 하는 것은 반응의 시점이 다소 뒤에 있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즉, 좋은 시스템은 과정(in)서비스는 물론 사후(after)서비스에서도 우수한 시스템을 말한다.
10. 지루함과 만성적 기다림을 달래주는 교육과 문화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통증을 동반하게 되고, 통증이 완화되어 갈 무렵, 지루함이나 일 없이 의사나 간호사를 기다리는 시간속에 무료함을 느끼기 쉽다. 병원을 이용하는 주 목적이 건강회복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느끼고 겪어야 하는 불편이다. 그러다 보니 건강의 회복과 함께 환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좋은 병원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
환자를 위한 교육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환자의 기본생활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병원이 그 예가 된다. 진료시간이외에 쉽게 건강상식이나 의료상식을 접할 수 있는 환자나 보호자용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고, 자기 질환에 대한 전문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고 좋은 병원의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병원생활을 하면서도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경험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제반 편의시설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시스템도 좋은 병원의 이미지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 편의시설이 병원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에 제한을 겪는 환자를 역이용하는 시스템이라면 이는 당연히 나쁜 병원이 된다.
이 밖에 문화이벤트를 제공하는 것도 편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된다. 음악회 개최, 환자를 위한 영화 상영, 그림 전시회 등이 그 예이다. 특히, 문화이벤트가 환자와 함께 병원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좋은 병원의 모습이 된다. 의사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간호사로 구성된 합창단, 환자와 함께 그리는 그림 등과 같은 활동은 병원에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어주는 좋은 시스템이다.
III. 맺음
이상 좋은 시스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한 두가지의 시스템이 좋다고 해서 좋은 병원이 될 수는 없다. 10개중 1개가 나빠도 나쁜 평가를 받기 쉬운 조직이 바로 병원이다. 더욱이 개별적인 각각의 시스템은 우수한데 전체를 합하여 보면 나쁜 병원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하여 시스템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시스템ㆍ좋은 병원은 부서나 직종ㆍ지위 등에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전사적으로 참여 할 때 이룰 수 있는 과제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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