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11년 연속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치료제에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노인우울증 환자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의사들은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면서, 우울증 치료제를 함께 복용할 시 발생할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으므로, '안전'에 더욱 신뢰가 가는 약이 개발되기를 기대했다.
국내에서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약 1500억원의 규모로 추정된다. 흔히 우울증은 삼환계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 TCA)부터 최근에 개발된 선택적 세르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억제제(SNRI) 등 다양한 약제들이 처방된다. 이중 SSRI/SNRI계열의 약물이 국내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SSRI계열에는 이 중 첫 시작을 알린 릴리의 '푸로작(플루옥세틴)'을 비롯, 2세대인 화이자의 '졸로푸트(서트랄린)', GSK의 '세로자트(파록세틴)', 룬드벡의 '셀렉사(시탈로프람)'와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 등이 대표적이다.
SNRI 계열에는 국내 최초로 출시된 화이자의 '이팩사(벤라팍신)', 릴리의 '심발타(둘록세틴)' 등이 있다.
이와 함께 화이자의 '프리스틱'이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되면서 SNRI 계열 중에서는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 제품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1차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는 항우울제로 SNRI와 효과는 동등하면서 기존 이팩사보다 개선된 안전성과 투약편의성을 갖춘 제품이라고 홍보되고 있다.
이외에도 우울증 치료제의 출시는 계속되고 있다. 해당 제약사들은 의사들이 염려하고 있는 '부작용'의 개선을 저마다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세르비에의 '밸덕산(agomelatine)'은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눈길을 끈다. 밸덕산은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인 동시에 5-HT2C 수용체에 길항작용을 하는 이중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이 기전 덕분에 우울감과 불안감을 개선하면서 감정회복까지 가능해진다. 부작용은 적다는 점과, 내약성이 우수해 학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룬드백의 '브린텔릭스(보르티옥세틴)' 역시 떠오르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세로토닌 수용체 활성을 조절하고 재흡수를 억제하는 등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성인 우울증 환자들의 인지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입증됐다.
A대학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은 초기 치료 중단율이 높은 편이다. 치료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부작용 등 약효의 차이도 있기 때문이었다. 향후 우울증치료제는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현저히 개선하거나 기존 약으로 치료가 실패했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제품에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는 고령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무엇보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전해왔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도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 중 43%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을 정도.
A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만성질환에 필요한 약물과 항우울제를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기전의 약물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