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주간 수면 유도제 '졸피뎀'을 두고 설전 아닌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7월 16일 SBS TV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소개된 졸피뎀 복용자가 겪는 부작용들은 기억상실부터 살인, 자살까지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들의 불안마저 가중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 실제 본지 취재 결과 방송 이후 의사들의 처방 혼란은 물론 졸피뎀을 부작용 없이 복용 중인 환자들도 자살 위험 증가 등의 불안으로 인해 약물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들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졸피뎀 복용만으로 이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들이 생겼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국내외 연구결과 분석과 전문의들 의견을 바탕으로 졸피뎀이 '진짜' 안전한 치료제인지 짚어봤다. < 기획-상>"졸피뎀은 안전한 약 오남용이 문제" <기획-하>졸피뎀이 자살 유발?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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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오를 만큼 관심이 집중됐던 '졸피뎀=자살?'이라는 공식은 임상적으로 증명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근거를 거의 찾을 수 없거나, 근거가 있어도 불명확하다"고 답했다. 2016년 8월까지 졸피뎀과 자살의 연관성을 밝혀 논문으로 게재된 연구결과는 1건이 있다. 최근 각종 매스컴에서 졸피뎀의 자살 위험을 증명하기 위해 대만 은추공병원(En Chu Kong Hospital) Sun Y 교수팀 논문(2016년 3월 발표)이 하나의 예로 소개된 것. 하지만 결과를 면밀히 따져보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Mayo Clin Proc. 2016 Mar;91(3):308-15]. 연구 디자인부터 살펴보면, 2002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자살로 인해 사망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2199명과 대조군인 일반성인을 대상으로 졸피뎀과 자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결론은 졸피뎀을 복용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일반성인과 비교했을 때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2.08배 더 높았다(95% CI, 1.83-2.36). 그런데 연구팀이 용량별로 대상군들의 자살 위험을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조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하루 졸피뎀 90mg 이하 복용군은 1.9배(1.65-2.18), 90~179mg 복용군은 2.07배(1.59-2.67), 180mg 이상 복용군은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2.81배(1.59-2.67) 증가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졸피뎀은 처방전 없이 복용이 불가하며, 4주간 하루 1알씩만 복용하도록 돼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90~180mg이상 즉 하루 9~18알을 복용한 환자를 연구 대상군으로 선정한 것부터 연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대상군의 기타 병력 청취 없이 졸피뎀 복용만으로 자살 위험을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이번 대만 연구는 대상군의 특성이 불명확하다. 우울증 등을 평가한 여부가 나타나지 않았고, 졸피뎀 상용량을 두고 연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용량을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면서 "아직까지 졸피뎀이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말하기에는 그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성균관의대 홍진표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졸피뎀을 20mg 이상 한꺼번에 복용하면 자살 충동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그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주로 우울증이 심한 환자들이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많이 처방받는다"면서 "힘든 일을 잊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잠을 빨리 이루고자 수면제를 정량인 하루 1알보다 많은 10~20알 이상씩 복용하기도 하는데, 자살 기도처럼 보여지는 경우도 있어 주치의들의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처방 어떻게 해야 하나 자살 위험만 놓고 보면 불명확하지만, 그 외 섬망, 낙상, 몽유병 발병 빈도는 타 약물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벤조디아제핀제제 등과 비교했을 때 수면유도 시간이 30분 미만으로 작용 발현시간이 매우 빠르고, 수면 진정 효과 등이 강력한 만큼 섬망, 환각 현상도 일시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현명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박 교수는 "졸피뎀은 다른 신체적 정신적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비약물 치료 등의 효과가 없는 경우에만 처방해야 한다"면서 "환자들에게 졸피뎀 효능 및 부작용을 먼저 고지하고 타 약물과 인지행동기법 치료를 시작한 후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환자들에게 안전한 약물 복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교수는 "졸피뎀은 가장 표준적인 수면 유도제로 처방되고 있다. 타 약물보다 중독성 위험이 낮고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도 있다. 졸음 유발 약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면 유도가 빠른 대신 환각 등의 현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약물 사용법과 정량 복용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졸피뎀을 처방 받은 환자에게 잠자리에 들기 전 불을 끄고 누운 채 복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효과 좋은 만큼 부작용도 환자에게 자세히 알려라" 졸피뎀 처방에 앞서 환자들의 철저한 사전평가도 명시했다. 졸피뎀과 관련해 섬망, 환각 등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를 동반하고 있는지 철저히 파악한 후 약물을 처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로 졸피뎀을 복용 후 이상행동을 보이는 환자 중 과거 수면장애, 폭식, 몽유병, 알코올 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이들이 큰 비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졸피뎀은 효능 및 안전성 평가결과를 토대로 허가받은 약으로, 처방 전 환자의 사전평가만 잘 한다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약이다. 특히 고령환자는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도 부작용 없이 약을 잘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명확하지 않은 가설 등이나 세부적인 내용설명 없이 졸피뎀을 악마의 약으로 몰고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한편 FDA가 제시한 처방 가이드라인에서는 섬망 발생률과 졸피뎀의 용량이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없지만 고령 환자에서 졸피뎀을 5mg 저용량으로 처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졸피뎀을 복용한 여성에서 혈중 약물 농도가 다음날 운전 등의 활동에 영향을 줄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는 근거 하에 여성은 일일 권장 복용량을 일반제제는 10mg에서 5mg으로, 서방정은 12.5mg에서 6.25mg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남성은 환자 상태에 따라 투여량을 6.25mg 또는 12.5mg으로 조절해서 처방하도록 했다. 국내 경우도 2013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졸피뎀에 대한 안정성 서한을 통해 최초 권장 투여량을 10mg에서 5mg로 서방정은 12.5mg에서 6.25mg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