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파나뉴스 = 박으뜸 기자] 내성을 잡는다는 치료제가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우리 몸은 약을 오래도록 지속복용하다보면 성분에 익숙해져 더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처럼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더이상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해 치료에 있어서도 난관을 겪기 마련이다.
이에 제약사들이 내놓은 '내성잡은 치료제'는 기존치료제보다 개선된 것에 이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내성으로 새로운 치료옵션이 요구되고 있는 질환에는 'HIV'가 있다. 3가지 이상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을 병용하는 HAART요법, 그러니까 통상 2가지 역전사효소억제제(NRTI)에 써드 에이전트(NNRTI, PI, II) 중 하나를 추가하는 병합요법은 1990년대 중반 이후 HIV 감염인의 생존기간이 크게 연장하는 치료법이 됐다.
그러나 최근 지속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사용으로 인해 기존 약제에 대한 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신규 감염인의 약 16%인 1,309명의 미치료 HIV/AIDS 감염인을 대상으로 내성 유전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83명(6.3%)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약제 계열에 대한 내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GSK가 내놓은 새로운 인테그라제 억제제(INSTI) 계열 '티비케이(돌루테그라비르 소듐)'는 치료제를 장기 복용해야 하는 HIV 감염인들이 초기부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티비케이는 현재까지 초치료 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단 1건의 내성 발현도 없었을 만큼 내성 장벽이 높다고 확인된다.
결핵도 1차 항결핵 치료제의 장시간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핵 치료 중 2개 이상의 항결핵 약제를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다약제내성 결핵'으로 구분된다.
다약제내성 결핵 치료제로는 국내에 한국얀센의 '서튜러(베다퀼린푸마르산염)', 한국오츠카제약의 '델티바정(델라마니드)'이 존재한다. 이들 치료제는 내성이 발현된 뒤 복용하기에 기존제품보다 투약기간이 길지만, 기존 항결핵제가 가지는 청력 상실, 간독성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게끔 개발됐기에 의사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폐암 신약이 대기중이다. 현재 폐암 표적치료제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긴 했으나, 1, 2세대 약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결국 50~60% 정도 변이에 의해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표적치료제를 장기투약 시 EGFR 유전자에 'T790M'이라는 돌연변이 세포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약품은 3세대 내성표적 치료제 'HM61713'을 개발중이며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에 대한 임상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빠르면 올해 안에라도 국내 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를 갖고있다. 만약 3세대 신약이 출시만 된다면 내성이 발현돼 약제 선택에 곤란을 겪었던 암환자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내성을 가진 암세포 극복의 방안으로 면역항암제(Immuno-Oncology)도 3세대 항암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데, Inhibitor PD-1, PD-L1 저해제, CAR-T세포, ADC, 세포치료제 등이 활발하게 연구중이다.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변신도 '내성'과 관련이 있다. 우선 엘러간의 '보톡스'는 편두통 치료제로써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편두통 약물들로도 효과를 못보는 환자, 그리고 장기간 사용했을 경우 생기는 내성과 부작용을 해결하는 제품으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톡스'는 주사를 통해 말초신경 감작화 및 중추신경 감작화 기전에 관여해 통증성 신경전달 물질의 방출을 막는 원리다. 의사들은 임상에서 만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처음 보톡스를 처음 주사할 때부터 호전을 보였고 반복해 맞으면 효과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는 만성편두통환자의 경우엔 약 75% 정도가 두통이 완화됐다는 보고다.
이와 함께 미용시술에 초점을 맞춘 보툴리눔 톡신 중에서는 '내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드물게 내성이 발생할 경우, 전혀 약제에 대해 효과가 없으며 몇년 동안 그 시술을 중지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멀츠의 '제오민'은 복합단백질 없이 순수한 뉴로톡신으로만 구성돼 '내성'의 가능성을 현저히 줄인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40여건의 임상을 진행한 결과에서도, 제오민에 대한 내성 보고는 한 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제오민은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다 내성이 발생한 경우나, 애초 내성이 우려된다면 내성 발생이 보고되지 않은 '제오민'을 통해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가 마련된 셈이다.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번 내성이 발현된 감염인은 평생 그 내성을 가지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제 내성 환자는 약제 선택의 폭을 좁히고 치료 요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때문에 초치료부터 내성장벽이 우수한 약제로 시작하면 그만큼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내성이 발현됐지만 이를 대체할 약이 없다면 환자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장기간 투약을 해야하는 환자의 경우엔 '내성 발현'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며, 의사들이 새로운 기전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